모니터 하나를 옮기는 일, 그리고 피지컬 AI가 바꿀 자립의 미래

며칠 전, 5년 정도 정들여 사용하던 LG전자 32인치 와이드 모니터가 5초 간격으로 꺼졌다 켜지는 증상을 보였다.

공대 출신인 덕분에 전원부 커패시터(Capacitor) 노후화로 인한 전압 불안정 문제임을 직감했지만, 혹시 모니터 본체의 회로 문제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그리고 혹시 AI는 어떻게 진단을 내릴까 궁금하여 질문을 해 보았다. 역쉬 전원 어뎁터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답변을 했다. 나는 나름의 전략을 세웠다. 우선 어댑터 케이블만 분리해 A/S 서비스센터에 다녀오기로 했다. 케이블 교체만으로 해결된다면 좋겠지만, 만약 케이블을 구매해 와 교체를 했는데도 동일한 증상이 지속된다면 그때는 모니터 본체를 들고 A/S 센터를 방문해야 했기 때문이다.

물론, 32인치 모니터 자체의 무게가 나에게 감당 못 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나는 하체에 장애가 있다. 물건을 든 채로 이동할 때 신체 중심이 흔들리면 하체의 지지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비장애인에게는 가벼운 외출일지라도,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본체를 옮겨야 할 경우를 고려하면 카트(구르마) 없이는 이동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래서 본체를 옮길 상황을 대비해 미리 카트를 주문해 두었던 것이다.

이동하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비장애인에게는 모니터 하나 들고 다녀오는 가벼운 외출이, 나에게는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보조 기구를 챙겨야 하는 ‘작전’과도 같다는 것. 장애인에게 이런 보조 기구는 단순한 편리함이 아니라, 자립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생존 장비다. 하지만 이 또한 경제적 비용이고, 비장애인보다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장애인의 현실은 참 역설적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케이블 교체만으로 모니터가 정상 작동했다. 카트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었지만, 나는 오히려 이 과정에서 희망을 보았다.

이번 문제의 원인을 짚어준 인공지능, 그리고 앞으로 우리 곁에 다가올 ‘피지컬 AI(Physical AI)’의 미래 말이다. 머지않은 미래, 내가 직접 옮기기 어려운 짐을 옮기며 넘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AI 로봇이 나의 손발이 되어줄 시대가 오지 않을까? 물리적인 제약 때문에 겪어야 했던 그 수많은 망설임과 불안이, 기술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질 날을 그려본다.

기술은 단순히 편리함을 넘어, 누군가에게는 ‘자립’이고, 누군가에게는 ‘평등’이다.

오늘 모니터는 다시 환하게 켜졌다. 내 일상도 예전처럼 안정적인 궤도를 찾았다. 모니터 앞에 앉아 맑은 화면을 보고 있자니, 기술이 보여줄 내일이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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