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 글에서 말했듯이, 투자 기준은 처음부터 완성된 형태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작은 경험들이 쌓이면서 조금씩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그다음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질문이 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은 처음에 무엇부터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내 생각은 분명하다. 처음에는 원칙보다 경험이 먼저다.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기준과 원칙부터 세우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시작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직접 사본 적도 없고, 하락을 버텨본 적도 없고, 수익이 났을 때 욕심 때문에 흔들려본 적도 없는데, 무슨 원칙을 제대로 세울 수 있겠는가. 처음에는 누구나 모른다. 그리고 모르는 상태에서는 머리로 만든 원칙보다, 직접 해보면서 얻는 경험이 훨씬 더 강하게 남는다.
나 역시 처음부터 차트를 알고 주식을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노후 준비를 고민하다가 배당주에 관심이 생겼고, 그러다 보니 주식의 기본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식 관련 책을 읽기 시작했고,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지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경제와 산업 동향, 그리고 앞으로 세상이 어떤 방향으로 바뀔지까지 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공부를 해도 결국 한계는 분명했다. 직접 사보지 않으면 내가 어떤 판단을 하는 사람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있는 종목부터 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주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하는 대표 종목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갔다. 솔직히 말하면 이 종목은 내가 깊은 확신이 있어서 샀다기보다, 많은 사람들이 왜 삼성전자를 기본 종목처럼 보는지 직접 느껴보고 싶어서 매수한 쪽에 가까웠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달랐다. 당시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고, 나는 한국의 방산 무기가 결국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고 봤다. 그래서 이 종목은 내 나름의 국제 정세 판단을 투자에 연결해본 사례였다. 한국항공우주도 비슷했다. 그때는 KF-21 시제기 이야기가 나오던 시기였고, 나는 앞으로 양산과 수출 이야기가 본격화되면 시장의 관심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손오공은 또 결이 달랐다. 어린이날을 앞둔 시기였기 때문에, 특정 이벤트를 앞두고 단기적으로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직접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접근했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나는 완성된 원칙을 가지고 주식을 한 것이 아니었다. 어떤 종목은 주변의 말을 통해 관심을 가졌고, 어떤 종목은 내가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보고 스스로 판단해서 들어갔고, 어떤 종목은 짧은 흐름을 테스트해보기 위해 사봤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 자체였다. 왜 이 종목을 샀는지 설명할 수 있는 경우와, 그냥 남들이 많이 보니까 따라 들어간 경우가 실제로 얼마나 다른지도 그때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그 차이는 결국 매도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삼성전자와 손오공은 처음 접근 자체가 확신보다는 경험에 가까웠다. 삼성전자는 많은 사람들이 기본 종목처럼 이야기해서 직접 느껴보고 싶었던 종목이었고, 손오공은 특정 시기를 앞두고 흐름을 시험해보고 싶어서 들어간 종목이었다. 하지만 두 종목 모두 내가 강한 확신을 가지고 오래 보유할 이유가 분명했던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오랜 시간을 보낸 뒤, 2년 후에야 겨우 손실을 면하는 수준에서 정리하게 되었다.
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달랐다. 이 종목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한국 방산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내 판단을 바탕으로 매수한 종목이었다. 그만큼 보유하는 동안에도 왜 가지고 있는지 이유가 비교적 분명했다. 실제로 나는 주당 3만 6천 원대에 매수했던 것을 18만 원대에 매도했다. 처음 내가 세운 가설이 시장에서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직접 경험하게 해준 종목이었다. 한국항공우주는 주당 3만 7천 원대에 매수했는데, 지금도 처음의 판단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지 않아 계속 지켜보고 있는 종목이다. 양산과 수출 이야기가 본격화되면 더 크게 움직일 수 있다고 봤고, 지금도 추가 매수를 고려하고 있는 종목 중 하나다.
이 경험을 통해 내가 먼저 배운 것은 화려한 기술이 아니었다.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는 방식부터 알게 되었다. 절대로 대출로 투자하지 말 것, 손해가 났다고 성급하게 다른 종목에 뛰어들지 말 것, 손실을 너무 급하게 만회하려 하지 말 것, 그리고 가급적 우량주 중심으로 접근할 것. 지금 돌아보면 이것들도 처음부터 알고 있던 원칙이 아니었다. 직접 겪어보면서 겨우 몸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들이었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분명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는 원칙을 먼저 세우려 하기보다, 작은 경험을 먼저 쌓는 것이 맞다. 여러 종목을 직접 보고, 자기 판단으로 조금씩 사보고, 왜 샀는지 스스로 설명해보고, 결국 어떻게 매도하게 되는지를 겪어봐야 한다. 그런 과정을 지나야 비로소 자기 기준이 생긴다. 처음에는 경험이 먼저이고, 기준과 원칙은 그 뒤에 따라온다.